사과는 묵묵하고, 딸기는 수다스럽다

 

어떤 과일은 성격이 있다. 물론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분명 그런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사과와 딸기다.

사과는 언제나 묵묵하다. 둥글고 단단한 몸으로 과일 바구니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철학자 같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집어 들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껍질을 한 번 깨물면 ‘아삭’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어쩐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소리다. 나는 가끔 사과를 먹으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느낀다. 사과는 그런 과일이다. 급하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다. 그저 자기 속도로 익고, 자기 방식으로 달다.

반면 딸기는 조금 다르다. 딸기는 언제나 수다스럽다. 작은 몸에 씨앗을 잔뜩 달고, 빨갛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딸기는 접시에 놓여 있는 순간부터 이미 분위기를 바꾼다. 사과가 책 한 권 같은 느낌이라면, 딸기는 갑자기 시작된 즐거운 대화 같다.

딸기를 한 알 집어 들면, 먼저 향기가 온다. 그리고 달콤함이 뒤따른다. 그 달콤함은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종류가 아니라, 그냥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종류다. 마치 봄날의 짧은 햇살처럼.

나는 가끔 사과와 딸기를 같은 접시에 담아 둔다. 그러면 묘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사과는 여전히 조용하고, 딸기는 여전히 밝다. 마치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같은 카페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도 어쩌면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 게 아닐까 하고. 사과 같은 사람과 딸기 같은 사람.

사과 같은 사람은 말이 많지 않지만 오래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딸기 같은 사람은 웃음이 많고, 함께 있으면 세상이 조금 더 가벼워진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하루라는 시간도 그렇다. 어떤 날은 사과처럼 조용히 지나가고, 어떤 날은 딸기처럼 달콤하게 반짝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과일 바구니를 슬쩍 들여다본다. 사과가 있는지, 딸기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어쩌면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그저 사과 한 입과 딸기 한 알 같은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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